핵가족 시대에 대가족의 그리운 모습과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을 그린 영화. 대가족을 경험한 X세대, 현재의 MZ세대에겐 어떤 영화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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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가족 시대에 왜 대가족 인가?
영화를 보는 나는 70년대 중반 출생에 형제만 5남매다. 내 나이 또래에 5남매면 많은 편이다. 한국은 1970년대에서 1980년까지 산아 제한정책이 있었으니 70년 대생들부터 가족수가 적어진다. 5남매인 나는 부모님 포함 7 식구 같이 살았으니 대가족이었다. 그래서 <대가족>이라는 제목이 반갑기도 하고 너무 오랜만에 볼 것 같은 영화 속 모습이 낯설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대가족>은 60~80년대생에는 부모님, 형제, 가족의 그리움. 9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 잊혀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2. 대가족이 살던 그리운 집. 이제는 아파트 단지
영화속 대가족의 집은 족히 20~30년은 넘어 보이는 도심 속 한옥집으로 나온다. 주변은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랜 기간 만두 맛집으로 장사해 온 한옥집은 가족이 숙식하고 영업장으로도 쓰는 곳이다. 현실 속 서울이라면 종로구 어디쯤 있을 것만 같은 가게다. 실제라면 벌써 재개발되고 없어진 곳일지 모르지만 영화 속 집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있다. 다행이다.
내가 태어났던 집은 서울의 북쪽 동네였다. 이후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고등학교 2학년때 나는 문득 내가 살던 집과 그 골목의 풍경이 그리웠다. 무작정 집을 나서 옛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높게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의 모습에 놀라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때 그 생경한 거리가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릴적 동무들과 뛰놀던 골목.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공기놀이, 팽이치기, 비석치기(나는 어릴 적 망까기라고...)하던 그 골목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나에게 진정한 의미의 '고향'은 없다.
내가 어릴적 대가족과 살던 집은 작은 단독주택들이었다. 단독주택으로 3번 이사 다녔는데 그 집 모두가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없다.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일반가구 53.1%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결혼하고 분가한 30살 즈음부터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어제 설날연휴 가족끼리 윷놀이를 이불깔고 아주 조심스럽게 하고 난 뒤였는데 아파트 관리실에서 층간소음 방송멘트가 나왔다. 만일 우리 집이면 죄송합니다. 아파트는 장점도 많은 공간이다. 그러나, 대가족은 아파트에서 살기도, 모이기도 어려운 곳이다.
3.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가족 풍경
영화 속 아버지 함무옥(김윤석 역)은 제사와 차례에 진심이다. 영화 속 자식은 함문석(이승기 역) 한 명뿐이지만, 무조건 제사에 참석할 것을 자식에게 요구한다.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내 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셨고 어릴적 서당 학교를 다니신 지라 차례 지방도 직접 붓으로 쓰셨다. 나는 어릴적 차례나 제사날이면 지방에 쓸 먹물을 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서예반을 잠깐 했었다. 내 아버지는 종손은 아니셨으나 형제들에게 차례나 제사날은 필히 참석할 것을 요구하셨다. 요즘 세대는 답답하고 권위적인 행사이겠지만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당연하게 참석하는 가족 행사였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전통문화는 조금씩 사라져 갔다. 나의 아버지도 나이를 드셨다. 건강도 점점 나빠지셨다. 우리 가족은 차례 음식을 직접 만들었지만 언제부턴가 가게에서 사오는 음식 품목이 늘어갔다. 아버지가 뇌경색을 앓고 나신 후 부터는 제사도 차례도 지내지 않고 가족끼리 간단히 식사만 하게되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당해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예정이라 응답한 비율은 41%로 10명중 4명 꼴이다.
2023년 성균과 의례정립위원회 조사에서는 만20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중 55.9%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
앞으로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가족은 점점더 보기 어려울 지도 모를 일이다. 차례와 제사가 권위주의적 유교문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차례와 제사 속 가족의 모습이 생생한 나로서는 그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자식들의 제사 지내는 모습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잊혀져간 그때의 그리움 때문이었다.
4. 나 혼자 산다 vs. 대가족
오늘날 우리는 1인 가구 1000만 시대에 살고 있다. 출생율 감소와 도시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가족의 사회적 의미가 약화되어간다. 지방의 고향 또는 부모님 집을 떠나 도시생활을 하는 나는 혼자가 되어간다. 결혼해서 형제도 가족도 없는 도시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은 힘들고 고된일이다.
영화 속에서 자식과 부모는 전통적인 의미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혈연관계를 넘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족. 이부분이 영화를 모면서 가장 울림이었고 다시한번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집어보게 되었다.